관계일기 - "부담스러운 마음의 정체"
가끔 어떤 사람과 만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무거워질 때가 있다.
말은 많이 했는데, 정작 나는 침묵했던 것 같은 날.
듣고 또 들었지만, 내 감정은 비좁은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날.
그 언니가 그렇다.
예전에는 편하게 느껴졌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만날 때마다 내 마음에 미세한 흠집이 생긴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나는 점점 말수가 줄고, 마음은 피로해진다.
그런데도 나는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은 차가운 일’이라고 믿어왔기에,
내가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까봐
끝까지 나를 소모하며 듣고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외면하는 방식이었다는 걸.
사람과의 관계는 따뜻해야 하지만,
그 따뜻함이 일방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씩 배워간다.
때론 거리를 두는 것도,
조용히 내 자리를 지키는 것도
나를 지키기 위한 사려 깊은 선택일 수 있다.
이제는 말하려고 한다.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내 마음을 회복하는 중이라 당분간은 약속을 줄이고 있어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조금 미안해질 수도 있지만,
더는 내가 나에게 미안해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나를 지키는 방식도,
사람과 따뜻하게 멀어지는 법도.
나는 나를 위해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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