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아들이 떠난 뒤, 무너져버린 내 마음

🕊️ 이제 우리 둘이 남았네 — 아들이 다녀간 오후

점심을 함께 먹고, 차 한 잔을 마시고,
기차 시간에 맞춰 아들을 배웅했다.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짧지만 선명한 시간.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치고
혼자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았다.
그때, 복순이가 ‘야옹’ 하며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나는 말없이 복순이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이제 우리 둘이 남았네…”라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고,
왈칵, 눈물이 났다.

🍂 아들을 향한 마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

아들은 엄마를 보러 와 주었다.
그 자체로 고맙고 다정한 일인데,
나는 아들이 돌아간 그 자리에 앉아
나를 걱정하고 있을 아들의 마음이 먼저 떠올랐다.

‘수입도 아직 없는 엄마’,
‘혼자 집을 나와 살아가는 엄마’,
‘마음 아픈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엄마’.

아들의 삶도 이제 시작인데,
내가 그 삶에 짐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속마음은 울고 있었다.

🕳️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회한

나는 왜 이렇게 늦게 내 삶을 시작했을까.
왜 더 일찍 정리하지 못했을까.
왜 남편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을까.
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가정을 만들어주지 못했을까.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
주식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그 사람.
그 곁에 너무 오래 머문 내가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든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마음 깊숙이 날카롭게 찔러온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던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 기운이 없다, 그저 마음이 그렇다

아들에게 말한다.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해.”
“목표를 가져야 해.”
“너는 잘 해낼 거야.”

그 말이 진심이었지만,
정작 나는 지금, 기운이 없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삶은 왜 이렇게 어렵고,
붓다가 말한 고(苦)라는 것이
어찌 이렇게 실감나는지.

나는 어떻게 이 고통 속에서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 그래도, 살아낸다

이런 마음을 써 내려가는 지금,
복순이는 여전히 내 무릎 위에 있다.

이 작고 따뜻한 생명은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말해 주는 것 같다.

나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냈다.

아들이 다녀간 이 조용한 오후,
이제 우리 둘이 남았다.

그러니 나는 다시 살아내야 한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창가에 앉아 복순이를 무릎에 안고 있는 중년 여성의 수채화 그림. 노트북과 커피잔이 함께 놓여 있다.


🕯️ 에필로그: 엄마는 지금도 사랑해

사랑은 때로 죄책감이라는 외투를 입고,
후회라는 그림자를 만들지만,
그 안에는 결국
“잘 살아라, 나보다 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 엄마는 지금도 사랑해.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하게,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그러니 아들아
너는 너의 길을 가고,
엄마는 오늘도 복순이와 함께
내 길을 살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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