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지 못한 내가 싫을 때, 그 마음을 쓰다

그래도 내가 모질지 못하다고 느낄 때

—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주는 일


밤의 책상에서 노트를 쓰고 있는 중년 여성의 사색적인 모습

브런치북 글쓰기를 마무리했다.
총 15편의 글.
34년의 결혼생활, 내 삶의 회고, 회복의 언어들.
그렇게 나는 써 내려갔다.

그런데 오늘,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혹시라도
내 글을 아는 사람이 볼 까봐.
내가 말한 그 사람, 그 남편을 아는 누군가가
“이건 누구 이야기지?” 하며 짐작할까 봐.
그 생각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내 삶을 진실하게 썼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조심스러울까?

혹시 내가 모질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여전히 소심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서 일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람이길 원했을 뿐이다.

끝까지 사람을 놓지 않으려 했던 사람.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던 사람.
끝까지 침묵하면서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버티려 했던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가 상처받을까봐,
그가 욕을 먹을까봐,
혹은 내가 원망하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건 나의 ‘소심함’이 아니라,
사람다움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지금까지 지탱해왔다는 걸 안다.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햇살 속으로 걸어가는 여성의 뒷모습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나 자신에게 돌릴 차례다.
남편이 아닌,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에게.

내가 진실을 말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나를 이해하기 위함이고,
내가 다시 살아보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서라도.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주는 일’이지만,
동시에 ‘내 안의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이 글을 쓰고 나면,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거울 앞에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


2025년 8월, 어느 밤
다시, 나로 걷다 — 세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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