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멍, 보이지 않는 마음의 멍
무반응의 상처, 말 없는 멍
남편의 냉담한 반응이 남긴 흔적
갑자기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그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떨어졌다.
몸을 돌리다 침대인 줄 알고 손을 짚었는데,
그곳은 차가운 방바닥이었다.
왼쪽 얼굴이 ‘쿵’ 하고 부딪혔고,
순간 고통에 눈물이 터졌다.
“으악—” 비명이 절로 나왔다.
그 소리에 남편이 방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그냥 돌아섰다.
그게 전부였다.
그의 무표정한 뒷모습은
그날의 통증보다 더 아팠다.
아내가 고통으로 울부짖는 순간조차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날은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걱정이 밀려왔다.
눈 밑은 멍이 들었고,
피부가 물렁거렸으며,
한쪽으로 쏠린 느낌이 있었다.
치과에 가니 다행히 이빨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두덩은
파랗고, 보랏빛으로 변해갔다.
막내 결혼식 날,
나는 화장으로 간신히 그 흔적을 가리고
웃는 얼굴을 했다.
아무도 몰랐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얼굴에만 멍이 든 게 아니었다.
내 마음에도 깊은 멍이 들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남편은 아무 말도 없었다.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이,
정작 아내가 다쳤을 때는
아무런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러니했다.
정말, 아이러니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나를 돌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대하며
이 마음을 주려 했던 걸까.
너무 순진했고,
너무 바보 같았다.
그날, 내 얼굴에는 멍이 들었고
내 마음에는
말 없는 상처가 깊이 새겨졌다.
시간이 지났어도 떠오르는 기억들.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건,
그만큼 행복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겠지.
앞으로는 그냥 무탈한 날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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