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의 용기

 미움 없이 멀어지기: 

나에게 돌아오는 용기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리두기'는 단순히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더 깊이 존중하는 태도다.

상대의 선택을 인정하되, 그가 잘못된 길로 가면 말릴 수 있는 용기,

그러면서도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심.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거리다.


가을 들판에서 고요히 멈춰 서 있는 단발머리 중년 한국 여성과 삼색 코숏 고양이, 따뜻한 햇살 속에 차분히 서 있는 장면


나는 지금, 그 거리의 한가운데 서 있다.

34년의 결혼생활을 뒤로 하고 혼자가 된 지금,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 속에 남아 있다.

남편은 늘 나 몰래 빚을 지고 주식을 했다.

그 실패는 결국 가족의 어깨 위로 떨어졌고,

나는 언제나 눈치를 보며,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며 살았다.

마치 집 안 가득한 공기가 늘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듯한 시간들이었다.



시어머니를 아무 상의 없이 집에 모셔온 그날,

내 안에 있던  남편에 대한 희망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집을 구했고, 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위가 꼬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온다.

남편의 문자 하나, 그의 이름만 들어도 불편해진다.

이제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먼저 말한다. "아직 아니야."


벽빛이 드는 창가에서있는 중년 한국 여성, 새로운 시작의 떨림이 전해지는 모습


그러다 이 문장을 읽었다.

"사랑하는 그가 정말로 잘못된 길로 간다면 말려야 한다.

그럼에도 최종 선택은 그의 몫이다."

나는 잠시 흔들렸다.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내 상처를 다시 열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변화는 작심삼일이었고, 나는 그 결과를 이미 수없이 겪었다.



그를 미워하는 것도, 원망하는 것도 멈추기로 했다.

다만 다시는 그에게 나를 맡기지 않겠다는 결심만 기억하기로 한다.

이제 내가 지켜야 할 건 그가 아니라 나다.

그의 인생은 그의 몫으로,

나의 평화는 나의 몫으로 두기로 한다.



습관은 무섭다.

그러나 결심의 기억은 그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다.

그 집을 나와 처음 맞았던 쌀쌀한 날의 공기,

낯설지만 자유로웠던 그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오랜 기간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산 시간들로부터의 회복의 시작이었다.



이제 나는 배우고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는 법,

사랑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이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거리두기'의 용기다.


해 질 녘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 중년 한국 여성과 삼색 코숏 고양이, 멀리 붉어지는 하늘과 들꽃이 평온함을 전하는 수채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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