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의 용기
미움 없이 멀어지기:
나에게 돌아오는 용기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리두기'는 단순히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더 깊이 존중하는 태도다.
상대의 선택을 인정하되, 그가 잘못된 길로 가면 말릴 수 있는 용기,
그러면서도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심.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거리다.
나는 지금, 그 거리의 한가운데 서 있다.
34년의 결혼생활을 뒤로 하고 혼자가 된 지금,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 속에 남아 있다.
남편은 늘 나 몰래 빚을 지고 주식을 했다.
그 실패는 결국 가족의 어깨 위로 떨어졌고,
나는 언제나 눈치를 보며,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며 살았다.
마치 집 안 가득한 공기가 늘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듯한 시간들이었다.
시어머니를 아무 상의 없이 집에 모셔온 그날,
내 안에 있던 남편에 대한 희망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내 이름으로 집을 구했고, 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위가 꼬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온다.
남편의 문자 하나, 그의 이름만 들어도 불편해진다.
이제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먼저 말한다. "아직 아니야."
그러다 이 문장을 읽었다.
"사랑하는 그가 정말로 잘못된 길로 간다면 말려야 한다.
그럼에도 최종 선택은 그의 몫이다."
나는 잠시 흔들렸다.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내 상처를 다시 열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변화는 작심삼일이었고, 나는 그 결과를 이미 수없이 겪었다.
그를 미워하는 것도, 원망하는 것도 멈추기로 했다.
다만 다시는 그에게 나를 맡기지 않겠다는 결심만 기억하기로 한다.
이제 내가 지켜야 할 건 그가 아니라 나다.
그의 인생은 그의 몫으로,
나의 평화는 나의 몫으로 두기로 한다.
습관은 무섭다.
그러나 결심의 기억은 그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다.
그 집을 나와 처음 맞았던 쌀쌀한 날의 공기,
낯설지만 자유로웠던 그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오랜 기간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산 시간들로부터의 회복의 시작이었다.
이제 나는 배우고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는 법,
사랑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이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거리두기'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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