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어도 불안했던 나, 이제는 마음이 머무는 집이 필요해

집은 마음이 쉬는 곳이어야 한다

사람은 몸을 누일 집이 필요하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쉴 수 있는, 단순히 지붕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집이.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
그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집’은 생존과 직결된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의식주 중의 '주',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나는 결혼 기간 내내 ‘집’이 주는 안정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살았다.
집이 없어 전세를 전전할 때도,
집이 생겨 자가에 살 때조차도
내 마음은 늘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 돌아보면,
같이 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집'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
집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그 집에 어떤 사람이 함께 사느냐가
삶을 바꾸고, 마음을 흔들고, 나를 다르게 만든다.

지금 나는 혼자 산다.
내 명의의 집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마음이 편하다.
몸도 덜 아프다.

다만 이제는,
내 힘으로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책임감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무게는 분명 가볍지 않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지금 이 삶이 주는 자유로움이다.

가끔 불편한 사람을 떠올리는 순간,
어깨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긴장감이 생긴다.
그 긴장은 금세 편두통이 되어 나를 찾아온다.
결혼 기간 내내 안고 살았던 통증이다.
몸은 기억하고 있다.
습관처럼, 고통도 남는다.

그래서 요즘 나는,
와타나베 준이치가 말한 ‘둔감력’을 자주 떠올린다.
너무 민감하지 않게.
너무 아프지 않게.
지나간 일에는 무심할 수 있기를.

그렇게 나를 보호하는 감각을,
다시 연습하고 있다.

지금 이 집은 내가 선택한 작은 자유다.
그걸 지키고 싶다.


창가에 앉아 고요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단발머리 중년 여성과 복순이 고양이, 평온한 가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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