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해서 더 아픈 이별 - 딸과 치즈가 남긴 흔적

치즈를 보내며 — 사랑이 남긴 빈자리와 성장의 시간


저녁 햇살 속에서 고양이 사진을 들고 조용히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의 수채화풍 이미지

어젯밤 자정이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한밤중의 전화,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딸에게서 온 전화인데, 목소리를 통해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딸이 얼마나 큰 충격 속에 있는지 숨소리만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엄마… 치즈가… 죽었어…”

그 말 한마디에
슬픔, 놀라움, 혼란이 모두 섞여 있었습니다.
나는 엄마이니까,
딸을 먼저 다독여야 한다는 마음에
눈물이 차올라도 꾹 참으며 통화를 이어갔습니다.
딸이 어린시절 키우던 토끼가 죽었을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그때 기억이 또다시 떠올랐습니다.
다시는 생명이 있는 동물은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딸도 나도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는 걸 보면 마음 먹은대로 인생이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딸의 전화를 끊고 난 뒤에
내 마음도 한참이나 흔들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생각만 하는데도 눈물이 났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데, 치즈 생각을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사실 치즈는 딸의 고양이였지만
나와도 인연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딸이 일 때문에 잠깐씩 맡기고 갈 때
내 품에 안겨 따뜻한 체온을 나누던 아이였습니다.
나와 살고 있는 고양이(복순이)에 비해 치즈는 아무에게나 안기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어린 치즈는 복순이에게 하악질도 당하고, 냥펀치도 맞았지만,
성격 좋은 아이였습니다.



부엌 싱크대 아래에서 잠자던 치즈,
복순이를 피해 욕실 구석에서 자기도 하고.

싸우지 말라고 방에 두면 부르며 작게 울던 목소리…
그 조용한 생명의 결들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딸은 지난 달에 새로 이사를 하고 집을 꾸몄습니다.

며칠 전, 새로 이사한 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치즈.


그런데, 치즈가 나를 보더니
예전처럼 반가워하지도 않고
어딘가 멀리서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괜히 철렁했고,
‘새로운 환경이 얘에게도 부담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처럼.


오늘 아침, 딸에게서 온 짧은 카톡을 읽었습니다.
그 밤에, 근처 공원에 치즈를 묻어주고 왔다는 말.
그 문장 하나가
딸이 얼마나 고된 밤을 보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치즈의 눈은 정말로 예쁘네요.






딸은 치즈를 아주 어릴 때 거리에서 데려와
가족처럼 키웠습니다.
2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둘은 서로에게 큰 위로였습니다.
딸에게 치즈는 말 없이 곁을 내어주던 존재였고,
세상과 부딪히며 힘든 날을 버티게 해주는
고요한 힘이 되는 존재였을 듯 합니다.

그런 존재를 갑자기 잃어버렸으니
딸의 마음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나도…
짧은 인연이었다 해도
치즈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눈물이 납니다.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
치즈가 떠나고 한동안 마음 한 구석이 아려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모양을 바꾸고
결국 딸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되겠죠.
슬픔을 느끼고, 마음이 아픈 동안은 힘들겠지만, 
딸은 치즈와의 시간을 마음속에 잘 눕히게 될 것입니다.


애도란 단순히 슬픔을 떠나보내는 과정이 아니라
잃어버린 사랑을
더 깊은 곳에 잘 돌려보내는 과정이니까요.


치즈는 짧게 다녀갔지만
딸의 마음에 분명히 따뜻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작은 생명의 온기,
책임감과 돌봄의 온도,
사랑이 만들어낸 깊은 마음의 결.
이 모든 것이 딸을 더 성숙한 사람으로 이끌 것입니다.


가을 들판 길을 천천히 걸으며 상실을 딛고 나아가는 여성을 담은 수채화 이미지


엄마로서 나는 조용히 바래 봅니다.
딸이 이 시간을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의 시간을 잘 보낸 뒤,
다시 자신의 삶을 더욱 멋지게 걸어가기를.
치즈와 함께한 그 시간이
딸을 더 다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를.
딸이 살아가는 동안 치즈와의 좋은 추억들이 힘이 될 수 있기를.


떠난 생명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더 따뜻해지는 방식으로
다시 마음 안에 자리 잡는다는 걸
딸도 언젠가는 느끼게 될 테죠.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나는 생각해 봅니다.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애착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힘들고 괴로운 마음만이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유한한 생명 존재의 생과 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됩니다.

그러기에 세상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결혼은 선택일 뿐, 정답은 아니다: 현실을 마주한 엄마의 고백

하루에 하나씩,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문장 10선

하루 3분 루틴 - 혼자서도 단단해지는 힘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