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이후에 알게 된 것들, 지금 내가 나를 움직일 수 있을 때
지금, 내가 나를 움직일 수 있을 때:
아픔 이후에 배운 일상의 감사
산책을 하고,
걸어서 시장에 다녀오고,
근처 빵집에 들러 좋아하는 소금빵 하나를 사 오는 일.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한동안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일상들이었습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침대에 누운 채 통증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날들.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기를,
지금 이 아픔이 더 깊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견디고’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는
밖에 나간다는 생각조차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문밖의 공기,
걷는다는 감각,
햇빛의 온도 같은 것들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통증의 시간이 조금씩 물러나고,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설 수 있었던 날,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하러 나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걸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그 짧은 걸음에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괜시리 웃음이 나왔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걸어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
몸이 나를 다시 데리고 바깥으로 나와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은 충분히 감사했습니다.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이 일상의 행동들을
언젠가 다시 그리워하게 될 날이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의 몸도 마음도,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내 발로 걷고
내 선택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이 하루를 충실히 살아두고 싶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지금은
내 마음도,
내 몸도
아직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